형광 탐침으로 암 치료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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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4-13 14:33
조회
716
화학나노과학자 윤주영 교수 “형광 탐침으로 암 치료제 만든다”
출처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8&nNewsNumb=0026491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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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
화학나노과학자 윤주영 교수 “형광 탐침으로 암 치료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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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이화여대 윤주영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세계 1% 연구자’ 리스트에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이름이 내리 들어갔다. 지난 1월 26일 이화여대 종합과학관의 윤 교수 연구실 책장에는 클래리베이트가 만들어서 보낸 패들이 놓여 있었다. ‘1% 연구자’는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로이터)가 매년 발표하며, 논문 피인용 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하니 지난해는 6389명이 선정됐고, 이 중 한국에서는 46명이 이름을 올렸다. 윤주영 교수가 속한 ‘화학’(생화학 포함) 분야에는 한국인 학자 10명이 보인다.
‘클래리베이트에 패값을 지불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윤 교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0년 기념패는 11월 18일 자로 되어 있었고 2015년, 2016년 ‘증서’도 눈에 띄었다. 클래리베이트는 2017년까지는 ‘증서’를 보내왔고, 이후에는 기념패를 만들어 보낸다고 했다.
FDA가 시판 승인한 광역학 항암치료제
윤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대해 “2002년 이화여대에 온 뒤부터 형광화학센서, 그러니까 형광프로브(probe·‘탐침’)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초기에는 환경과 관련 있는 물질 검출을 위한 연구를 했고, 2012년 이후에는 생체 내의 중요한 금속 이온이나 ATP와 같은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물질, 그리고 효소와 같은 다양한 타깃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형광프로브를 만들었다. 이 연구를 발전시켜 최근에는 영상 유도 수술(image guided surgery)이라고 아주 작은 종양을 관찰하고 제거할 수 있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게 내 연구의 한 축이다.”
그의 연구의 두 번째 축은 유기광(光)감응제(organic photosensitizer) 개발이다. 이 연구는 2017년에 시작했다. “유기분자가 빛을 받았을 때 특정한 이온이나 물질을 인지하게 만드는 건 형광프로브 연구다. 그런 물질을 광역학치료(PDT·Photo Dynamic Theraphy), 광열치료(PTT·Photo Thermal Theraphy), 초음파치료(SDT·Sono Dynamic Theraphy)에 사용한다. 가령 광감응제가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ROS·Reactive Oxygen Species)를 내놓을 수 있는데, 이 특징을 이용한 게 광역학치료다. 활성산소는 종양을 죽일 수 있다. 광역학 항암치료제는 임상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시판을 허용한 광역학치료제는 5종이다. 광역학치료제는 종류가 훨씬 더 많아져야 하고, 효능도 개선되어야 한다.”
세포로 보낸 유기물질에 빛을 쪼이는데 그 유기물질이 활성산소를 내놓지 않고, 대신 그 유기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물질에서 열이 나오니, 그 열을 암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는 치료제로 쓸 수 있다. 이게 광열치료다. 그럼 초음파 역학치료 원리는 뭘까. 윤 교수의 설명을 들어본다. “병원에 가면 초음파로 장기를 들여다보지 않느냐. 그거다. 초음파를 받으면 활성화되는 물질이 있다. 초음파는 조직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위 침투 효과가 빛보다 좋다. 조직 내부에 침투할 수 있는 두께가 밀리미터 수준인 빛보다 훨씬 크다. 빛을 쪼여 활성산소를 만들고 그걸로 암세포를 치료한 게 광역학치료제였다면, 같은 일을 초음파로 하는 게 초음파역학요법이다. 물론 두 종류가 서로 장단점이 있다.” 그는 “이 세 가지, 즉 광역학치료, 광열치료, 초음파역학치료에 잘 사용할 수 있는 유기광감응제를 개발하는 게 우리 방에서 하는 일”라고 했다.
▲ 윤주영 교수의 은사인 앤서니 자닉 박사
유기광감응제 개발해 세포 수준까지 시험
윤 교수 그룹은 유기광감응제를 만들면,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세포실험실에서 세포 수준까지는 직접 실험을 한다. 그리고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윤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이 담당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 궤적을 다시 정리하며 “처음에는 형광프로브를 연구했고, 그런 뒤 치료제인 유기광감응제 연구로 왔다. 지금 우리 실험실 3분의 1 정도는 형광프로브 연구를, 3분의 2는 광역학치료제, 광열치료제 연구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수한 화학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와 독일화학회지(앙게반테케미)에 무수히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양대 학술지는 화학자가 논문을 보고하고 싶어 하는 영순위 저널들이다. JACS와 앙게반테케미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구를 시작한 지 오래됐지 않느냐”라는 식으로만 말했다. 그는 자기 자랑 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때 사진기자가 윤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려 사진 취재를 먼저 하기로 했다. 연구실에서 촬영하고, 3층에 있는 ‘세포실험실’에 가서 추가로 촬영하기로 했다. 윤 교수 연구실에서 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은 클래리베이트가 보내온 증서와 패라고 생각돼 그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 윤 교수는 “요즘은 워낙 받는 사람이 늘어나서”라며 쑥스러워했다. 자신이 받은 다른 상인 ‘경암상’ ‘도레이상’도 명예로운 상이라고 했다. 경암상은 경암교육문화재단이 시상하는데 윤 교수가 지난해 ‘자연과학’ 부문 수상자였다. 상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도레이과학기술상은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이 시상하며, 윤 교수는 2019년 제2회 수상자(기초분야)로 선정돼 상금으로 1억원을 받은 바 있다.
3층 실험실에 갔다. 입구에 ‘유기소재 형광소재 실험실’이라고 쓰여 있다. 안에서 두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윤 교수는 연구실 내 장비들에 대해 “형광을 측정하는 기기들이다. 세포를 배양해서, 우리가 만든 화합물이 세포 내에서 어떻게 형광을 내는지, 세포 내에 어디에 가 있는지 공초점(confocal) 현미경을 통해 본다. 형광을 이미징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윤주영 교수는 서울대 공업화학과 83학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는 “피츠버그에 있는 듀케인(Duquesne)이라는 작은 대학에 다녔다”라고 말했다. 듀케인대학은 처음 들어본다. 윤 교수는 “듀케인대는 가톨릭 계열 학교다. 박사 공부를 할 좋은 대학교를 찾았는데, (여의치 않아 일단) 거기로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윤 교수는 명문대학 대학원에서 화려하게 화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는 말이다. 듀케인대학을 2년 다니다가 1990년에 오하이오주립대학(컬럼버스)으로 옮겼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형광화학센서 공부를 했고 199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지도교수는 생(Bio)유기화학자인 앤서니 자닉(Anthony W. Czarnik)이었는데 그는 자닉 교수에 대해 “형광화학센서 분야의 선도적 연구를 한 분이다. 학교를 떠나 창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형광화학센서 선도자로부터 박사학위 공부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 생활은 두 번 했다. 1994년 8월 LA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도널드 크램(Donald J. Cram) 교수 랩에 갔다. 크램 교수는 198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다. 두 번째 박사후연구원 생활은 역시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에 있는 스크립스연구소에서 했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신라대(옛 부산여대) 교수가 되어 1998년 한국에 왔다. 신라대에서 4년 반 일하고 2002년 여름 이화여대로 옮겨 왔다.
그는 “신라대나 이화여대에 옮겨온 초기에는 분자인식(molecular recognition)이라는 초(超)분자화학 연구와 형광프로브 연구를 같이 했다. 내가 분자인식 연구를 시작한 건 UCLA 박사후연구원 때다. 노벨상을 받은 크램 교수님이 초분자화학을 했다. 그런 영향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신라대에 근무하면서 JACS와 앙게반테케미에 논문을 한 편씩 발표했다. 독립적인 연구자로 출발하는 발걸음이 상당히 가벼웠을 것 같았다. 이에 앞서 JACS에도 논문을 최소 두 편 발표했는데 그가 스스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자료를 찾아보니 확인할 수 있었다. UCLA 박사후연구원 시절과 오하이오주립대에서의 박사과정 때 쓴 논문들이다.
어쨌거나 초분자화학과 분자인식, 형광화학센서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윤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형광화학센서는 1980년을 전후해 첫 논문이 나왔다. 초분자를 만들고, 그것이 특정 타깃을 인식할 수 있으면 그걸 분자인식이라고 한다. 타깃을 인식하는 호스트(host)가 초분자이니 그걸 초분자화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타깃을 인식하는 주체인 호스트와, 호스트가 인식하려고 하는 타깃인 게스트(guest)가 있으니 그걸 ‘호스트-게스트 화학’이라고 한다. 특정 분자를 인식하는 리간드가 있고, 그 리간드에 형광체를 붙인 게 형광화학센서의 출발점이다. 형광물질의 형광 변화를 보면 분자인식을 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거다.”
형광화학센서 연구자로 유명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윤 교수는 “형광화학센서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없다. 나의 오하이오주립대 지도교수가 초창기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이고)의 로저 첸(Roger Tsien) 교수는 형광단백질 연구자인데, 그는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라고 말했다.
▲ ‘호스트-게스트 화학’ 개념도 photo 위키피디아
실용화 많이 이뤄진 형광화학센서
윤 교수에 따르면, 초분자의 분자인식 능력과 형광체를 결합해 만든 형광화학센서는 실용화가 많이 되었다. 체내 칼슘농도를 측정하는 형광프로브를 개발한 사람이 로저 첸 교수인데, 이 제품은 상용화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광화학센서의 한계가 드러났다. 분자인식을 위한 호스트-게스트 방식이 어떤 경우에는 선택성에 문제가 있었다. 생체 내에는 화학자들이 알고자 하는 중요한 물질이 많다. 그런데 기존 방식으로는 이런 물질들을 인지하기가 힘들었다. 새로운 돌파구는 기존의 연구에서 나왔다.
윤 교수의 설명은 이랬다. “특정한 유기작용기가 생체 내의 특정한 물질이나 이온과 반응한다는 게 잘 알려져 있었다. 중요하고 오래된 유기반응을 형광탐침 연구에 접목시켰다. 가령, 어떤 이온이나 활성산소종이 유기작용기와 체내에서 반응하면, 반응을 전후해 형광이 달라진다. 유기반응을 이용한 형광화학센서가 선택성이 좋고, 기존의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선호되었고, 이걸 형광프로브 연구라고 한다. 유기화학자가 2000년 이후 대거 이 분야로 들어왔다. 이런 형광프로브를 만들어 놓으면, 생체 내 중요한 물질을 검출하고, 사진 찍고, 특정 질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 형광화학센서가 생체시스템에 적용되면서 분야가 커졌다. 초창기가 분자인식에 기초한 화학센서 연구였다면, 이때부터는 세포와 바이오시스템에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윤 교수는 2002년 이화여대에 왔고, 2004년과 2005년 JACS에 논문을 계속해서 보고했다. 2005년 JACS 논문은 납 이온(Pb2+) 검출을 위한 형광센서를 만든 연구였고, 로다민(rhodamine)이라는 화합물을 이용했다. 윤 교수는 “로다민은 오래된 화합물이다. 형광화학센서에 로다민이 이용되기 시작한 건 2005년쯤이었다”라며 “이때 연구가 계기가 되어 나중에 로다민 분야의 리뷰 논문을 학술지로부터 초청받아 썼다. 로다민 관련 논문이 지금은 수천 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윤주영 교수 논문이 표지로 실린 2019년 미국화학회지 표지.
하나의 유기분자로 질병 진단과 치료
윤 교수에게 연구자로서 초기에 중요했던 물질로 이미다졸리움이 있다. 윤 교수는 “2005년부터 10년 정도 내 연구에 중요했던 유기 분자”라고 말했다. 이미다졸리움은 양전하를 띠고 있어 음이온을 인식할 수 있는 형광화학센서가 되었다. 윤 교수는 이미다졸리움을 형광프로브로 처음으로 개발했고, 이 연구는 2006년 영국학술지 ‘케미컬 소사이어티 리뷰’에 실렸다. 그리고 그의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가 되었다. 2009년에는 이미다졸리움을 ATP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가 되도록 했고, 이 연구는 JACS에 보고했다. ATP는 생체 내의 에너지 화폐라고 불리는 중요한 물질이다. ATP는 음이온을 띠고 있으니, 양이온인 이미다졸리움을 갖고 검출할 수 있었다.
형광프로브는 치료용은 아니며, 특정 부분을 검출하거나 이미징할 수 있는 유기분자다. 윤 교수 연구는 이제 하나의 유기분자를 갖고 질병 진단과 치료를 같이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로 연구를 확장했다. 윤 교수는 “지금은 진단(diagnostic)과 치료(theraphy)를 접목한 테라노스틱스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특히 생명과학자, 물리화학자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테라노스틱스를 하려면 더 기본으로 들어가야 한다. 분자의 특성을 예측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2019년 미국화학회지 논문이 하나 더 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카르보닐기를 황 원자로 치환하고, 강력한 전자주개(electron-donating group)를 붙여 활성산소종 생성 효율을 급격히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였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카르보닐기가 있으면 형광이 엄청 잘 나온다. 그런데 카르보닐기를 황으로 바꾸면 형광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활성산소종을 엄청 내놓는다. 다시 말하면, 분자 디자인을 바꾸면 분자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윤 교수는 “디자인 변경을 통해 형광 수율, 활성산소종 발생 효율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것인데, 형광 수율과 광열 수율을 조절할 수도 있다. 유기분자 구조를 변형함으로써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교수가 쓴 분자는 프탈로시아닌 유도체다. 수용액에서 프탈로시아닌 유도체는 자기조립을 해서 나노분자를 만든다. 그 상태에서는 형광도 안 나오고, 활성산소도 나오지 않는다. 이 분자를 종양세포에 들여보내고 빛을 쪼이면 나노 구조가 어느 정도 풀린다. 풀리면 형광도 나오고, 활성산소종도 낼 수 있다. 나노구조가 풀려도 풀리지 않은 게 어느 정도 남아 있다. 그렇기에 이를 갖고 광열, 광음향 치료도 가능하다. 이 연구는 2017년 JACS에 나왔는데 윤 교수는 이 연구를 ‘One for All’ 연구라고 불렀다. 하나의 분자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연구의 확장과 관련 “빛 관련 연구를 하다 보니 이미징뿐만 아니라 치료도 할 수 있는 연구도 하게 되었다”라며 “내가 초기에는 분자인식 및 형광프로브 연구자였다면, 이제는 유기광감응제 연구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유기광감응제 연구는 2019년 JACS 표지논문으로 나간 것도 있다. 프탈로시아닌 유도체가 몸속의 단백질인 알부민과 결합해 종양으로 확실히 갔는지를 밝힌 연구였다.
윤 교수 취재는 쉽지 않았다. 그의 연구에 대해 가능한 많이 알아가려고 계속해서 물었고, 윤 교수는 때로 만족스럽지 않은 기색을 나타냈으나 인내심을 갖고 답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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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8&nNewsNumb=0026491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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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
화학나노과학자 윤주영 교수 “형광 탐침으로 암 치료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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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이화여대 윤주영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세계 1% 연구자’ 리스트에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이름이 내리 들어갔다. 지난 1월 26일 이화여대 종합과학관의 윤 교수 연구실 책장에는 클래리베이트가 만들어서 보낸 패들이 놓여 있었다. ‘1% 연구자’는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로이터)가 매년 발표하며, 논문 피인용 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하니 지난해는 6389명이 선정됐고, 이 중 한국에서는 46명이 이름을 올렸다. 윤주영 교수가 속한 ‘화학’(생화학 포함) 분야에는 한국인 학자 10명이 보인다.
‘클래리베이트에 패값을 지불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윤 교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0년 기념패는 11월 18일 자로 되어 있었고 2015년, 2016년 ‘증서’도 눈에 띄었다. 클래리베이트는 2017년까지는 ‘증서’를 보내왔고, 이후에는 기념패를 만들어 보낸다고 했다.
FDA가 시판 승인한 광역학 항암치료제
윤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대해 “2002년 이화여대에 온 뒤부터 형광화학센서, 그러니까 형광프로브(probe·‘탐침’)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초기에는 환경과 관련 있는 물질 검출을 위한 연구를 했고, 2012년 이후에는 생체 내의 중요한 금속 이온이나 ATP와 같은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물질, 그리고 효소와 같은 다양한 타깃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형광프로브를 만들었다. 이 연구를 발전시켜 최근에는 영상 유도 수술(image guided surgery)이라고 아주 작은 종양을 관찰하고 제거할 수 있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게 내 연구의 한 축이다.”
그의 연구의 두 번째 축은 유기광(光)감응제(organic photosensitizer) 개발이다. 이 연구는 2017년에 시작했다. “유기분자가 빛을 받았을 때 특정한 이온이나 물질을 인지하게 만드는 건 형광프로브 연구다. 그런 물질을 광역학치료(PDT·Photo Dynamic Theraphy), 광열치료(PTT·Photo Thermal Theraphy), 초음파치료(SDT·Sono Dynamic Theraphy)에 사용한다. 가령 광감응제가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ROS·Reactive Oxygen Species)를 내놓을 수 있는데, 이 특징을 이용한 게 광역학치료다. 활성산소는 종양을 죽일 수 있다. 광역학 항암치료제는 임상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시판을 허용한 광역학치료제는 5종이다. 광역학치료제는 종류가 훨씬 더 많아져야 하고, 효능도 개선되어야 한다.”
세포로 보낸 유기물질에 빛을 쪼이는데 그 유기물질이 활성산소를 내놓지 않고, 대신 그 유기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물질에서 열이 나오니, 그 열을 암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는 치료제로 쓸 수 있다. 이게 광열치료다. 그럼 초음파 역학치료 원리는 뭘까. 윤 교수의 설명을 들어본다. “병원에 가면 초음파로 장기를 들여다보지 않느냐. 그거다. 초음파를 받으면 활성화되는 물질이 있다. 초음파는 조직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위 침투 효과가 빛보다 좋다. 조직 내부에 침투할 수 있는 두께가 밀리미터 수준인 빛보다 훨씬 크다. 빛을 쪼여 활성산소를 만들고 그걸로 암세포를 치료한 게 광역학치료제였다면, 같은 일을 초음파로 하는 게 초음파역학요법이다. 물론 두 종류가 서로 장단점이 있다.” 그는 “이 세 가지, 즉 광역학치료, 광열치료, 초음파역학치료에 잘 사용할 수 있는 유기광감응제를 개발하는 게 우리 방에서 하는 일”라고 했다.
▲ 윤주영 교수의 은사인 앤서니 자닉 박사
유기광감응제 개발해 세포 수준까지 시험
윤 교수 그룹은 유기광감응제를 만들면,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세포실험실에서 세포 수준까지는 직접 실험을 한다. 그리고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윤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이 담당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 궤적을 다시 정리하며 “처음에는 형광프로브를 연구했고, 그런 뒤 치료제인 유기광감응제 연구로 왔다. 지금 우리 실험실 3분의 1 정도는 형광프로브 연구를, 3분의 2는 광역학치료제, 광열치료제 연구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수한 화학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와 독일화학회지(앙게반테케미)에 무수히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양대 학술지는 화학자가 논문을 보고하고 싶어 하는 영순위 저널들이다. JACS와 앙게반테케미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구를 시작한 지 오래됐지 않느냐”라는 식으로만 말했다. 그는 자기 자랑 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때 사진기자가 윤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려 사진 취재를 먼저 하기로 했다. 연구실에서 촬영하고, 3층에 있는 ‘세포실험실’에 가서 추가로 촬영하기로 했다. 윤 교수 연구실에서 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은 클래리베이트가 보내온 증서와 패라고 생각돼 그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 윤 교수는 “요즘은 워낙 받는 사람이 늘어나서”라며 쑥스러워했다. 자신이 받은 다른 상인 ‘경암상’ ‘도레이상’도 명예로운 상이라고 했다. 경암상은 경암교육문화재단이 시상하는데 윤 교수가 지난해 ‘자연과학’ 부문 수상자였다. 상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도레이과학기술상은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이 시상하며, 윤 교수는 2019년 제2회 수상자(기초분야)로 선정돼 상금으로 1억원을 받은 바 있다.
3층 실험실에 갔다. 입구에 ‘유기소재 형광소재 실험실’이라고 쓰여 있다. 안에서 두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윤 교수는 연구실 내 장비들에 대해 “형광을 측정하는 기기들이다. 세포를 배양해서, 우리가 만든 화합물이 세포 내에서 어떻게 형광을 내는지, 세포 내에 어디에 가 있는지 공초점(confocal) 현미경을 통해 본다. 형광을 이미징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윤주영 교수는 서울대 공업화학과 83학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는 “피츠버그에 있는 듀케인(Duquesne)이라는 작은 대학에 다녔다”라고 말했다. 듀케인대학은 처음 들어본다. 윤 교수는 “듀케인대는 가톨릭 계열 학교다. 박사 공부를 할 좋은 대학교를 찾았는데, (여의치 않아 일단) 거기로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윤 교수는 명문대학 대학원에서 화려하게 화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는 말이다. 듀케인대학을 2년 다니다가 1990년에 오하이오주립대학(컬럼버스)으로 옮겼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형광화학센서 공부를 했고 199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지도교수는 생(Bio)유기화학자인 앤서니 자닉(Anthony W. Czarnik)이었는데 그는 자닉 교수에 대해 “형광화학센서 분야의 선도적 연구를 한 분이다. 학교를 떠나 창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형광화학센서 선도자로부터 박사학위 공부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 생활은 두 번 했다. 1994년 8월 LA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도널드 크램(Donald J. Cram) 교수 랩에 갔다. 크램 교수는 198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다. 두 번째 박사후연구원 생활은 역시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에 있는 스크립스연구소에서 했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신라대(옛 부산여대) 교수가 되어 1998년 한국에 왔다. 신라대에서 4년 반 일하고 2002년 여름 이화여대로 옮겨 왔다.
그는 “신라대나 이화여대에 옮겨온 초기에는 분자인식(molecular recognition)이라는 초(超)분자화학 연구와 형광프로브 연구를 같이 했다. 내가 분자인식 연구를 시작한 건 UCLA 박사후연구원 때다. 노벨상을 받은 크램 교수님이 초분자화학을 했다. 그런 영향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신라대에 근무하면서 JACS와 앙게반테케미에 논문을 한 편씩 발표했다. 독립적인 연구자로 출발하는 발걸음이 상당히 가벼웠을 것 같았다. 이에 앞서 JACS에도 논문을 최소 두 편 발표했는데 그가 스스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자료를 찾아보니 확인할 수 있었다. UCLA 박사후연구원 시절과 오하이오주립대에서의 박사과정 때 쓴 논문들이다.
어쨌거나 초분자화학과 분자인식, 형광화학센서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윤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형광화학센서는 1980년을 전후해 첫 논문이 나왔다. 초분자를 만들고, 그것이 특정 타깃을 인식할 수 있으면 그걸 분자인식이라고 한다. 타깃을 인식하는 호스트(host)가 초분자이니 그걸 초분자화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타깃을 인식하는 주체인 호스트와, 호스트가 인식하려고 하는 타깃인 게스트(guest)가 있으니 그걸 ‘호스트-게스트 화학’이라고 한다. 특정 분자를 인식하는 리간드가 있고, 그 리간드에 형광체를 붙인 게 형광화학센서의 출발점이다. 형광물질의 형광 변화를 보면 분자인식을 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거다.”
형광화학센서 연구자로 유명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윤 교수는 “형광화학센서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없다. 나의 오하이오주립대 지도교수가 초창기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이고)의 로저 첸(Roger Tsien) 교수는 형광단백질 연구자인데, 그는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라고 말했다.
▲ ‘호스트-게스트 화학’ 개념도 photo 위키피디아
실용화 많이 이뤄진 형광화학센서
윤 교수에 따르면, 초분자의 분자인식 능력과 형광체를 결합해 만든 형광화학센서는 실용화가 많이 되었다. 체내 칼슘농도를 측정하는 형광프로브를 개발한 사람이 로저 첸 교수인데, 이 제품은 상용화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광화학센서의 한계가 드러났다. 분자인식을 위한 호스트-게스트 방식이 어떤 경우에는 선택성에 문제가 있었다. 생체 내에는 화학자들이 알고자 하는 중요한 물질이 많다. 그런데 기존 방식으로는 이런 물질들을 인지하기가 힘들었다. 새로운 돌파구는 기존의 연구에서 나왔다.
윤 교수의 설명은 이랬다. “특정한 유기작용기가 생체 내의 특정한 물질이나 이온과 반응한다는 게 잘 알려져 있었다. 중요하고 오래된 유기반응을 형광탐침 연구에 접목시켰다. 가령, 어떤 이온이나 활성산소종이 유기작용기와 체내에서 반응하면, 반응을 전후해 형광이 달라진다. 유기반응을 이용한 형광화학센서가 선택성이 좋고, 기존의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선호되었고, 이걸 형광프로브 연구라고 한다. 유기화학자가 2000년 이후 대거 이 분야로 들어왔다. 이런 형광프로브를 만들어 놓으면, 생체 내 중요한 물질을 검출하고, 사진 찍고, 특정 질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 형광화학센서가 생체시스템에 적용되면서 분야가 커졌다. 초창기가 분자인식에 기초한 화학센서 연구였다면, 이때부터는 세포와 바이오시스템에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윤 교수는 2002년 이화여대에 왔고, 2004년과 2005년 JACS에 논문을 계속해서 보고했다. 2005년 JACS 논문은 납 이온(Pb2+) 검출을 위한 형광센서를 만든 연구였고, 로다민(rhodamine)이라는 화합물을 이용했다. 윤 교수는 “로다민은 오래된 화합물이다. 형광화학센서에 로다민이 이용되기 시작한 건 2005년쯤이었다”라며 “이때 연구가 계기가 되어 나중에 로다민 분야의 리뷰 논문을 학술지로부터 초청받아 썼다. 로다민 관련 논문이 지금은 수천 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윤주영 교수 논문이 표지로 실린 2019년 미국화학회지 표지.
하나의 유기분자로 질병 진단과 치료
윤 교수에게 연구자로서 초기에 중요했던 물질로 이미다졸리움이 있다. 윤 교수는 “2005년부터 10년 정도 내 연구에 중요했던 유기 분자”라고 말했다. 이미다졸리움은 양전하를 띠고 있어 음이온을 인식할 수 있는 형광화학센서가 되었다. 윤 교수는 이미다졸리움을 형광프로브로 처음으로 개발했고, 이 연구는 2006년 영국학술지 ‘케미컬 소사이어티 리뷰’에 실렸다. 그리고 그의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가 되었다. 2009년에는 이미다졸리움을 ATP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가 되도록 했고, 이 연구는 JACS에 보고했다. ATP는 생체 내의 에너지 화폐라고 불리는 중요한 물질이다. ATP는 음이온을 띠고 있으니, 양이온인 이미다졸리움을 갖고 검출할 수 있었다.
형광프로브는 치료용은 아니며, 특정 부분을 검출하거나 이미징할 수 있는 유기분자다. 윤 교수 연구는 이제 하나의 유기분자를 갖고 질병 진단과 치료를 같이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로 연구를 확장했다. 윤 교수는 “지금은 진단(diagnostic)과 치료(theraphy)를 접목한 테라노스틱스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특히 생명과학자, 물리화학자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테라노스틱스를 하려면 더 기본으로 들어가야 한다. 분자의 특성을 예측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2019년 미국화학회지 논문이 하나 더 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카르보닐기를 황 원자로 치환하고, 강력한 전자주개(electron-donating group)를 붙여 활성산소종 생성 효율을 급격히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였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카르보닐기가 있으면 형광이 엄청 잘 나온다. 그런데 카르보닐기를 황으로 바꾸면 형광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활성산소종을 엄청 내놓는다. 다시 말하면, 분자 디자인을 바꾸면 분자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윤 교수는 “디자인 변경을 통해 형광 수율, 활성산소종 발생 효율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것인데, 형광 수율과 광열 수율을 조절할 수도 있다. 유기분자 구조를 변형함으로써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교수가 쓴 분자는 프탈로시아닌 유도체다. 수용액에서 프탈로시아닌 유도체는 자기조립을 해서 나노분자를 만든다. 그 상태에서는 형광도 안 나오고, 활성산소도 나오지 않는다. 이 분자를 종양세포에 들여보내고 빛을 쪼이면 나노 구조가 어느 정도 풀린다. 풀리면 형광도 나오고, 활성산소종도 낼 수 있다. 나노구조가 풀려도 풀리지 않은 게 어느 정도 남아 있다. 그렇기에 이를 갖고 광열, 광음향 치료도 가능하다. 이 연구는 2017년 JACS에 나왔는데 윤 교수는 이 연구를 ‘One for All’ 연구라고 불렀다. 하나의 분자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연구의 확장과 관련 “빛 관련 연구를 하다 보니 이미징뿐만 아니라 치료도 할 수 있는 연구도 하게 되었다”라며 “내가 초기에는 분자인식 및 형광프로브 연구자였다면, 이제는 유기광감응제 연구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유기광감응제 연구는 2019년 JACS 표지논문으로 나간 것도 있다. 프탈로시아닌 유도체가 몸속의 단백질인 알부민과 결합해 종양으로 확실히 갔는지를 밝힌 연구였다.
윤 교수 취재는 쉽지 않았다. 그의 연구에 대해 가능한 많이 알아가려고 계속해서 물었고, 윤 교수는 때로 만족스럽지 않은 기색을 나타냈으나 인내심을 갖고 답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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